2009년 10월 4일 일요일

조두순 사건과 영화 “밀양”

조두순 사건과 영화 “밀양”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전도연씨)는 아들이 유괴 살해를 당한 후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일 만큼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그 고통을 잠시나마 기독교라는 종교의 힘을 빌려 잊고자 노력을 한다. 그러나 범인을 면회 가서 그가 신에게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구원받았다는 당당함과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살인자의 말과 행동에 분노하게 된다.


 

조두순 사건에서 범인의 잔혹성은 이제까지 그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도 접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의 범행동기가 가족이나 친구의 원수를 갚는 복수였다면 그래도 그의 범행에 대해서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단지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겨우 9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그런 짓을 했다니 이는 일본군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한 짓보다 더 잔인한 범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인은 당당하다. 반성의 기미는커녕 오히려 취조하는 형사들을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이해 불가능이다. 더욱이 그 가족들은 항소까지 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와 그 가족들은 아마 정신병자들이 아니면 무슨 대단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밀양의 신애와 같은 심정이다. 범행의 잔혹함에 비해 어처구니없는 형량과 범인의 당당함에 치를 떨고 삶의 부조리에 억울해 하고 있다.

 

밀양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애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자른다. 잘린 머리카락들은 햇빛이 내려쬐는 지저분한 마당 가장자리에서 날린다.


 

모두들 말한다. 그녀의 슬픔은 비밀스런 햇볕 아래에서 마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듯 하나 둘 없어지고 있다고. 혹은 슬픔은 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잘라버리고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해피엔딩에 감동들 한다.

 

그러나 인간의 뼛속까지 사무친 고통과 슬픔은 그렇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도 있다.

 


종찬(송강호씨)이 들고 있던 거울은 신애의 영정으로, 그리고 그녀의 잘려나간 머리카락은 그녀의 보잘것없고 억울한 삶의 종말로 비친 것은 나뿐이었는지 모르겠다.


hearstone

 


5 개의 댓글:

  1. trackback from: 은지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아동성폭행 논란
    증거 불충분으로 뭍혀버린 은지사건 나영이사건와 마찬가지로 성폭행을 당했으나 뚜렷한 증거물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내와야 했던 은지가족의 사연이 다음 아고라에 올라왔다. 은지는 지적 장애아로 성폭행이란 개념조차 모르던 아이였다. 버스기사와 동네 남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였다. 아버지마저 오래전에 죽어 이제 남은 정신지체의 어머니와 동생 뿐이다. 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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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성범죄없는 나라님]의 아고라 게시글

    나영이를 보고,,,성폭 당한 제자 돕다 지쳐 있는 초등교사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597255



    [추적60분]어느 선생님의 절규 '우리 은지를 지켜주세요'

    http://www.kbs.co.kr/1tv/sisa/chu60/vod/1529361_879.html



    [다음 네티즌 청원]우리 은지를 지켜주세요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8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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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어찌하면 이런 악행을 근절할 수 있을까요.. 딸가진 부모로써 한숨이 나옵니다.. .. 트랙백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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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나영이 사건으로 본 대~한민국!☆의 미개함
    나영이 사건(혹은 조두순 사건)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화제다. 관심도 없었다가 하도 여기저기서 떠들어서 살펴보니 사건 그 자체도 그렇고, 그 뒤로 이어진 언론이나 일반인들의 반응도 그렇고, 그야말로 대한국민의 미개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건을 다시금 들춰내어 이슈화 한 미개한 언론이 그 첫번째요, 사건에 광분하여 사형제도를 들먹이며 그야말로 광분하고 있는 일반인들이 그 두번째요, 이런 시류에 영합하여 되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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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대망의 제79회 아카데미 후보작 발표
    드디어 공개된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이번 시상식은 2월말에 할 예정이라 집에서 편안하게 시상식을 볼 수 있을 듯 싶다. <왕의 남자>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오르지 못한 건 유감스럽지만, <괴물>을 올려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 최우수 작품상 - <바벨> <디파티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미스 리틀 선샤인> <더 퀸> - 최우수 감독상 - <바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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